Out Run 2 (XB), 그리고 간만의 용산 바가지 OTL

Archive (~2007) /GAME 2005/03/03 01:47
한 이틀간은 아무 일도 안하고 집에서 뒹굴거리기만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여기저기서 얘기가 많았던 신카이 마코토의 극장 애니메이션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도 보았는데 짧게 감상을 적자면... 아무래도 영상미에 있어선 절정에 다다랐다는 느낌이었다. 석양이 질 무렵 달리는 기차 천정의 이음매로 빛이 흘러나가는 표현이라든지, 손을 맞잡을 때의 배경전환 장면 같은 것들... 전체적으로는 솔직히 약간 지루했지만.

만원 비싸게 산 게임 -_-

몇 달 넘게 제대로 손에 잡아보질 못한 비디오게임을 해볼까 싶어서 Out Run 2를 구하러 나갔는데... 죄다 씨가 말라버렸다. 정식발매가 안되니까 7만원 넘는 가격에 사겠단 사람이 없어서 그런건지, 매장에서도 들여놓지를 않는 듯. 국제전자센터를 모두 훑고 용산 두꺼비까지 갔는데 딱 한 군데 매장에서 8만원을 부르는 거다. OST 포함된 초회한정판 시세가 7만4천원이란 건 알고 갔는데, 뭐 품귀현상이고 난 이틀간 시간 많을 때에 집중적으로 즐겨야하니 5천원 정도는 더 내줄 용의가 있어서 7만9천원으로 깎아서 샀는데. 지하철을 타고 비닐을 뜯어 열어보니 OST가 없는 일반판... OTL 설마 시세 6만8천원짜리 일반판을 만이천원이나 더 부르랴 싶어서 별 확인 안하고 초회한정판이겠거니 생각한 내 잘못이지. 한 서른군데 매장을 돌다가 간신히 찾아내서 흥분한 탓도 있던 거 같고, 하도 국제전자센터에서 정해진 시세대로 파는 거에 익숙해져 있다보니 용산이란 곳의 섭리를 잠시 잊은 것 같다.

아아, 내가 바가지를 쓰다니. PC통신을 KETEL 시절부터 하면서 나름대로 이런 쪽 정보에는 빠싹했기 때문에 이렇게 명백하게 바가지를 쓴 일은 이제까지 없었는데. 세상에 이런 일이... 나도 이런 식으로 점점 아저씨가 되어가는 걸까. OTL 5천원은 프리미엄으로 더 낼 용의가 있었으니까 6천원 바가지 쓴 거지만... 흑흑.


그래도 게임이 재미있으니 다행이다. 싸게 샀다면 물론 더 가격대 효용비가 좋았겠지만, 어쨌든 8만원도 아깝지 않을 정도. X-BOX로의 이식은 SEGA가 직접 하지 않고 Sumo(...)라는 회사에게 맡긴 걸로 알고 있는데, 그야말로 완벽이식이다. X-BOX 치고는 로딩이 약간 길긴 하지만 오락실에서나 볼 수 있는 화려한 풍광이 TV 안에서 펼쳐지는데 그 정도야 충분히 감수해줄 수 있지.

미션모드에서도 클라릿사를 태우고 싶다!

아케이드 모드는 오락실에서 즐기던 그 게임 그대로라 별 감흥이 없지만, 가정용으로 추가된 '미션 모드'가 압권이다. SEGA 게임다운, 결코 녹록치 않은 난이도로 구성된 110개의 미션이 기다리고 있는데... 끝내주는 스포츠카 옆좌석에 태운 그녀를 만족시키기 위해 드리프트 오래 하기, 차들 사이사이로 곡예운전하기, 드리프트하면서 사진찍기(...) 등등의 묘기를 부려야 한다. 그냥 운전하기도 힘들어 죽겠는데. 이것이 남자란 동물의 슬픈 숙명이란 말인가! -_- 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지난 글 참조.

어쨌든 간만에 4시간이나 꼼짝도 않고 즐길만한 재미있는 게임을 만나버렸다. 사실 너무나도 단순한 조작만 하는 '드라이빙' 게임일 뿐인데도, 거기다가 핸들이 없어서 패드로 조작하고 있는데도 화려한 볼거리와 함께 이렇게 몰입하게 만들어버리는 SEGA Am2의 능력이 놀라울 뿐이다. 이러니까 내가 SEGA 팬을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지이~ 장르 특성상 RPG처럼 꾸준히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짬짬이 미션들을 해결해나가면 되는 타입이라서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것도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