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준PO 1차전 두산 vs 기아

어렸을 적에는 프로야구 구단 중 삼성을 응원했지만, 저주라도 걸린 듯이 지지리도 한국시리즈 우승 못하는 건 그렇다 치고 그것 때문에 막강한 경제력으로 선수들을 사들이는 게 어린 마음에도 별로 좋지가 않아서 버려버렸다. (요미우리도 그래서 싫고, 뉴욕 양키즈도 그래서 싫어한다) 현재 특별히 응원하는 구단은 없...지만. 주변에 워낙 팬도 많고 나에게 용돈의 근원이 되주는 건 두산이기에(형의 근무처)-_-;; 그럭저럭 두산을 응원해주고 있는 편이다. 어느 팀을 열성적으로 응원하는 것도 나름의 재미가 있지만 방관자적 입장에서 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가 있긴 하다.

Canon | Canon EOS 20D | 1/320sec | f3.5 | 105mm

언제나 나오는 두산의 불꽃 응원

어쨌든. 열성적인 두산 팬 친구 덕분에, 공짜로 지정석에서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관람하였다. 온라인예매가 일찌감치 동이 나버려서, 직접 가서 표를 끊어주면 표값을 내주겠다고... 버스타고 10분 거리에 잠실구장이 있기 때문에, 그쯤이야 어려운 부탁도 아니지. ^^;; 30분의 시간을 투자해서 미리 표를 사놨는데, 결국 지정석 매진에 5회쯤에는 외야석까지 완전히 꽉 들어찼으니 바람직한 투자였다.


어쨌든 준PO. 양팀 모두 공동다승왕 외국인투수 레스와 리오스를 내세워서 팽팽한 투수전이 될 거라 예상들 했지만, 왠걸. 홈런포가 미친듯이 작렬하면서 난타전 양상이 되어버렸다 -_-;; 리오스는 2.2이닝에 6실점. 레스는 7이닝에 6실점. 이게 뭐냐고오...

두산은 알칸트라와 안경현 두 선수가 초반부터 연타석홈런을 작렬, 둘이서 10타점을 만들어내버렸다. 으어... 특히 알칸트라는 약간 뻥타자 기질이 있지만 정말 두 번 모두 제대로 걸려서 타구가 한~없이 날아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위치가 낮은 지정석에서 봐서 더 궤적이 잘 보이는 탓도 있겠지만, 맞는 순간 정말 투수 불쌍해질 정도로 날아가더라. 알칸트라와 안경현 포함해서, 두산은 전반적으로 하위타선이 펄펄 날았다. 덕분에 초중반 기아 응원석은 초상집 분위기. 두산 쪽은 이미 게임 이긴 뒤 뒷풀이하는 분위기였다... -_-;;


기아는 투수운용이 많이 아쉬웠는데, 알칸트라가 두번째 타석에 섰을 때에는 아무래도 리오스를 강판시켜야 할 상황이었다. 하지만 다승왕 팀 에이스의 체면과 자존심도 있고 해서 놔두었지만... 결국 결정타를 맞아버려서 여기서 게임이 완전히 기울어버린 느낌. 거기다가 선발 마뇽이 틀어막으로 나왔다가 홈런도 맞고 안타도 맞으면서 어정쩡하게 들어가고 뒤를 이어 나온 추억의 투수 이강철은 공 몇 개 던지기도 전에 홈런을 헌납하고. -_-;; 리오스는 공 몇 개 안던진 덕분에 3차전 선발 예정이라고 하는데, 3차전이 아예 없을지도 모른단 말이지...


중반무렵 이미 스코어가 11-3. 그렇게 게임은 끝나나 싶었지만 기아도 역시 만만찮게 따라붙었다. 내일 2차전에 미칠 팀 분위기 영향을 생각하면 비록 결국 게임은 졌더라도 기아 입장에선 다행스러운 일이다. 두산 선발 레스가 7회까지 정말 잘 막아주긴 했는데, 이미 여러번 위기 상황도 맞고 했던 만큼 8회 첫타자부터 바로 바꿔줬어야 했다. 주자 두 명 내주고 뒤이어 등판한 신인급투수가 3점 홈런을 허용... 여유있어보이던 게임은 결국 9회말에 11-8까지 쫓기고, 아껴둘수록 좋은 마무리투수 구자운까지 등판해버렸으니 다소 아쉬운 느낌이다.


Canon | Canon EOS-1D Mark II | 1/400sec | f2.8 | 300mm

저 주황색 모자 근처에서 게임을 봤다.
치어리더가 가까워서 좋았어용 ///_///

사실 8개 팀 중에서 4위를 한 팀이 단기전에서 강한 면모만 보여주면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해버릴 수 있는 플레이오프에는 좀 문제가 있긴 하지만. 어쨌든 간만에 구장이 완전 꽉 차버려서 좋았고, 치어리더가 각 팀별로 여섯명이나 되는 데다가 1루쪽으로 와줘서 좋았고(...) 파도가 세 바퀴나 계속 돌 정도로 열정적인 관중들도 좋았다. 페넌트레이스에서도 이래준다면 바랄 게 없겠지만, 이벤트로 인해 더더욱 뜨겁게 달아오를 수 있는 계기가 생기는 것도 좋은 거겠지. 아무래도 올해 한국시리즈는 두산 대 현대의 대결이 될 것 같다는 게 같이 보던 친구들의 평가였는데, 어찌될른지 ^^;;


메이저리그 플레이오프도 하루에 네 게임씩(...) 정말 장난이 아니게 재미있고. 아아 야구팬들 미치게 하는 10월이다. 그리고 10월 다 끝나고나면 매년 그렇듯이, 야구 보느라 할 일 제대로 하지도 못한채 추운 겨울이 다가와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절망감에 떨고 있겠지... OT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