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 (Cars) - 과연 픽사, 그러나 픽사치고는...

디즈니와 픽사의 찰떡 궁합은 예전부터 유명했지만, 요즘들어 사이가 안좋아져서(?) 잠시 디즈니가 픽사의 손을 거치지 않고 [치킨 리틀]을 내놓고 그랬었단다. 개봉 당시 워낙 바빠서 그 [치킨 리틀]은 어떤 작품이었는지 보지도 못했고, 어떤 흥행결과를 가져왔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_-;; 뭐 결과가 신통치 않았으니까 디즈니가 픽사를 사버렸겠지. 원빈도 말했었다, "돈으로 사겠어! 을마믄 되겠니, 을마믄 돼?"

애정은 돈으로 사서 해결되는게 아닌지라, 한번 틀어진 디즈니와 픽사 사이의 호흡은 픽사를 인수하는 걸로는 단기간 내에 완전 해결되지 못했나보다. (사실 인수 시기에 이미 이 작품은 거의 완성되어 있었겠지만 ^_^;;) 과연 픽사답게 대단했지만, 픽사치고는 아쉬웠다. 뭐가 대단했고 뭐가 아쉬웠는가 하면...


기술력은 절대 발군! 그래픽은 정말 이제 갈 데까지 가는구나. 하긴 자그마한 비디오게임기들도 실시간 렌더링으로 미친듯한 그래픽을 연산해내고, 플라이트 시뮬레이터 다음버전 스크린샷은 정말 이게 개인 PC에서 돌아간다는 건지 믿기지 않을 정도인 시대가 되긴 했다고는 해도... 초반 레이싱 장면과, 후반부의 그랜드캐년의 장관은 그야말로 입이 딱 벌어진다.



초반부분을 크게 잡아먹는 레이싱은, 그야말로 왜 이번 작품의 주제로 자동차를 택했는지 이유를 깨달을 수 있을 정도로 속도에 대한 집착이 대단했다. 픽사의 전 작품인 [인크레더블]에서도 '과연 DVD로 나왔을 때 화질저화없이 저 속도감을 표현할 수 있을 것인가' 걱정될 정도의 과속(?)을 잠깐잠깐 보여준 적이 있었는데, 이번엔 그 속도감이 레이싱장면 내내 유지된다. 연쇄추돌을 피해 맥퀸이 날아다니는 장면은 압권! (특히 혀 내밀고 점프하는 마이클 조던 패러디에서 쓰러졌다. OTL)

그랜드캐년의 절경은 절벽과 폭포수를 하나하나 그래픽으로 재현하느니 그냥 카메라 들고 찍은 다음에 합성하는 게 훨씬 돈도 덜 들겠다 싶을 정도였는데, 이거 혹시 실사 합성한 건데 나만 그래픽 노가다했구나 하고 속은 건가? -_-;; 어쨌든 그래픽이냐 실사냐 진지하게 고민하게 될 정도로 멋졌다. 하긴 [토이스토리 1]에서도 길거리로 나갔을 때 가로수와 아스팔트들은 너무나도 진짜같아서, 그 때에도 실사 합성일까 아닐까 고민했었던 거 같고.



그럼 무엇이 별로였는가. 그것은... 유머와 감동의 방식이 전혀 픽사답지 않게 느껴졌다는 점.

일단 유머에 대해서. 기본적으로는 픽사스럽게, [토이스토리]와 같이 일반적으로 접하는 사물을 의인화하는 방식을 택했지만... 아무래도 [자동차]라는 건 어른들이 몰고다니고 어른들의 일상생활에 접해있는 물건인 만큼, 유머도 어른들이 이해할만한 그런 게 많다. '실린더' '엔진오일' 등이 유머의 소재로 사용되는데, 과연 어린이들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인가 싶을 정도의 그런 것들이라서 역시나 극장 안에서는 자동차부품을 의인화한 개그에 대해서는 별 반응이 없었다. 그리고 레이싱장면에서 실제 TV의 스포츠중계 화면을 그대로 따라하며 웃음을 유발하는 건 레이싱이라든지 미국의 스포츠중계를 자주 보는 사람들이라면 참 흥미진진한데, 역시나 국내에서는 대부분의 어린이들이나 여성들에게 그냥 그런 장면들의 나열이 되어버렸던 것 같다. 물론 자동차와 스포츠에 적잖이 관심이 있는 나로서는 [카]를 보며 꽤 많은 웃음을 터뜨렸지만, 뭔가 기존작품처럼 전세계 어느곳에서나,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나 보는 순간 박장대소할 수 밖에 없는 그런 장면들은 부족했던 듯.


그러고보니 픽사 작품 중 주인공들이 대놓고 연애질하는 건 드물었는데.
둘이서 키스하면 그야말로 kiss(접촉사고)인데 말이지...



스토리라인도 왠지 모르게 지루했다. 중반부분이 많이 늘어지는 느낌이었고. 픽사 작품들은 빠짐없이 극장에서 챙겨봤는데, 중간에 시계도 보고 한눈도 팔고 했던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리고 끝부분은... 이건 아니잖수 싶을 정도였는데 -_-;; 뭔가 억지 감동이랄까. 개인적으로 픽사 작품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몬스터 주식회사]라든지, 아님 [네모를 찾아서], [토이스토리] 같이 뻔~한 주제임에도 억지스럽지 않은 결말로 감동을 줬던 픽사답지 않게... 아아, 얘네가 왜 이러나 싶을 정도.

포르쉐가 (스토리에서 어느 정도 개연성이 있긴 하지만) 미국에서건 한국에서건 나름 잘 나가는 직업인 '변호사'라는 것도 왠지 좀 마음에 걸렸다. 그래, 포르쉐가 좀 비싼 차긴 하지. 아예 맥퀸이 대놓고 '당신은 이런 촌구석에 있을 차가 아닌데' 뭐 대략 이런 내용의 대사를 했는데, 참...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갈 수도 있는 내용이기도 하지만, 왜 그런 대사가 나와야하는지 좀 실망스럽기도 했다. 포르쉐와 페라리가 스폰서를 해줬나? -_-;; 그리고 그 쬐그맣고 귀여운 정비공 지게차가 스페인어(?)를 쓰는 것도, '그런 쪽은 중남미 사람이지'라는 사회적 고정관념이 그대로 반영된 느낌도 들고.

이 장면은 상당히 웃겼지만 말이다(스포일러 있음) ...




물론 픽사의 작품이므로, 볼 거리 확실하고 나름의 재미를 안겨주니 별 세 개 정도는 무난하게 줄 수 있다. 절대 극장에서 보고 돈이 아깝단 생각이 들 그런 애니는 아니다. (특히 디지털 상영으로 보면 그 화면빨만으로도 절대로!) 하지만, 언제나 별 네 개, 다섯 개 정도를 주고 싶어지게 만들던 픽사의 이름값에는 부족한 애니. 개인적으로는 이제까지의 픽사의 애니 중 가장 마음에 들지 않은 애니가 될 것 같다. T_T 다른 곳도 아닌 '픽사'의 작품치고는 실망이란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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