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2호선 대변신 중

색깔만 바뀌어 2호선에
투입된 원래 3,4호선 차량

서울 지하철 2호선은, 출퇴근시 서울의 각 지역을 연결해주는 핵심순환노선이고 이용자 수도 상당한 편임에도 불구하고 설비는 가장 낙후된 편이었다. 물론 무적의 1호선이 있지 않느냐란 반론도 있겠지만, 그래도 1호선은 꽤 오래전부터 최신차량으로 조금씩 교체되고 있었는데 2호선은 교체는 커녕, 3호선과 4호선이 쓰던 차량을 물려받아 쓰고 있으니 말이지... -_-;; 도대체 왜 이 차량들이 2호선으로 넘어온 건지 이해가 안되는데 3호선이 부자동네를 통과하기 때문이었으려나? 아니면 인사동을 통과해서 외국인에게 좋은 인상 주려고?

어쨌든, 꽤 오래 전부터 뉴스에 나왔던 얘기지만 이제 2호선도 내용연수 20년을 간신히 다 채워서, 드디어 차량이 교체되기 시작하였다. 10년 가까이 매일같이 2호선만 타고 다니던 나로서는 참 감개무량한 일이긴 했다. 그런데 그렇게 매일같이 지하철을 타고 다녀도 그 고고한 자태를 자랑하신다던 신형 차량은 도대체 내 앞에 나타나지를 않는 거다. 아니 나타나긴 했다. 오전에 내선순환을 탈 때엔 외선순환으로 맞은편에서 지나가버리고, 기껏 내 눈앞에 정차했다 싶었더니 시운전중이었다. -_-;; 그러다가 결국, 평소와는 달리 오전에 외선순환을 타게 될 일이 생겼을 때 우연히 신형 차량과 마주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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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대입구역 발차중 찍은 사진. 폰카라서 화질이... OTL



90% 이상 국산기술로 만들어졌다는 이번 새로운 차량에 대해 일단 느끼게 되는 특징은 아주 조용하다는 거다. 통유리를 택한 차량들이 일반적으로 조용하기는 하지만 신형 2호선은 특히나 조용해서, 폰카메라로 차량 내부를 찍을 때 (스피커를 손가락으로 막고 찍었음에도 불구하고) '찰칵' 소리가 너무 크게 들려서 민망할 정도였다. 타고 간 구간이 2호선 성내역에서 건대입구까지라 지상구간을 달려서 더 조용하게 들렸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지하구간도 자주 타 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전반적으로 훨씬 더 조용하다고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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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실내공간, 넓은 주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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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방송화면은 3호선과 비슷하다



차량 규격이 정해져 있을테니 실내 공간이 크게 넓어질 수는 없을텐데, 왠지 모르게 넓어보였다. 워낙 삐까번쩍하게 새 차량 냄새가 나서 마음이 현혹된 건지는 몰라도. 어쩌면 실내 높이 정도는 더 높아졌는지 모른다. 실내 방송은 3호선과 거의 동일한 방식으로 설치되어서 솔직히 약간 불만이긴 한데, 그나마 화면 아래에 나오는 역 안내 자막이 훨씬 크게 나와줘서 다행이었다. 차량 내 방송은 아무래도 일본 야마노테선의 '꼭 필요한 정보만을 명확히 제공해주는' 화면에 너무나도 감명을 받은 탓인지, 내내 광고가 흐르는 국내 지하철방송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3호선의 경우는 보통 사람들이 지하철 타고 가는 시간이 10~20분 정도인데 1시간짜리 TV프로그램을 그냥 틀어대는 것도 이해가 안 되고. 야마노테선의 경우에는 출입구 위에 액정화면이 두 개가 위치하고 있으며, 한 쪽에서는 문자뉴스와 짧은 광고가 나오고 다른 한 쪽에서는 노선도와 현재위치, 이번에 도착할 역의 상세정보(계단 등은 몇번째 차량에 위치한다든지 등)가 나온다.

운전 편의상으로도 여러가지 개량된 점들이 있겠지만, 승객 입장에서 느낄 수 있는 기존 차량과의 차이점은 정숙성과 쌔끈한 디자인 정도인 듯. 특정 구간에서 흔들리는 건 기관사 분의 운전기술 탓인지는 몰라도 여전하더라. 하지만 일단 조용하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신형 차량에 큰 점수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고는 해도 좀 자주 탈 수 있어야 의미가 있지, 새로운 차량이 워낙 적으니 원. 내용연수 20년이 꽉 차서 은퇴하는 차량이 나올 때마다 그제야 한 대씩 새로운 차량들이 투입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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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혁신, 사당역 스크린도어 (사진제공 - 펭귄대왕님)



2호선에 생긴 더욱 큰 변화는 바로 사당역에 시범설치된 전면스크린도어. 평소 지나다니는 구간이 성내역~서울대입구역인지라, 사당역 스크린도어는 설치를 시작했을 때부터 지켜보긴 했었다. 하지만 사당역에서는 내릴 일이 없고 언제나 열차타고 휙 지나가는지라 사진도 찍지 못하고 어째저째 이제야 펭귄대왕님께 사진을 얻어서 적는 이야기. 펭귄대왕님 워터마크도 찍히지 않은 원본 사진을 따로 보내주신 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5년 전이던가? 어쨌든 꽤 오래 전에 지하철공사가 스크린도어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을 때 당시의 네이버 격인 하이텔에서는 '적자투성이 지하철공사가 무슨 돈이 있어서 스크린도어냐. 서비스개선이나 해라'라는 반응도 꽤 많았는데. 천만에 말씀. 스크린도어야말로 승객의 안전에 직결된 문제니까 적자를 따지기 이전에 반드시 설치되어야만 하는 필수적 서비스이다. 얼마전 고등학생이 선로에 떨어진 어린아이를 구해주었다는 훈훈한 뉴스가 온국민에게 감동을 주긴 했는데, 훈훈해지기 이전에 스크린도어를 설치해서 어린아이가 떨어지는 걸 원천적으로 막아야 할 필요가 있다는 거다. (물론 그 고등학생은 아주 장하고 멋진 녀석이지만. 아아 정말 젊은게 좋은건지 저렇게 훨훨 날아다니다니 T_T) 제발 이런 좋은 정책에는 딴지 좀 걸지 말자. 사당역 스크린도어 개통식엔 역시나 또 명박씨가 왔다는데, 다른 때엔 꼴보기 싫었지만 이 스크린도어를 명박씨가 주도해서 설치하게 된 거라면 이것만은 내가 진심으로 박수를 보내주마.

아무래도 예산상의 문제로 허리높이로만 막아주는 형태의 스크린도어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의외로 통크게 전면을 다 막아주는 스크린도어가 채택되었다. 그래. 간만에 제대로 결정했구나 싶었다. 전면스크린도어의 효과는 안전사고 방지 외에도 선로를 통해 유입되는 역내 미세먼지를 줄여준다든지, 냉방효과를 개선시켜주는 점도 들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뽀대(!)가 있지 않은가. 그 평범하던 사당역이 스크린도어 하나로 마치 미래도시의 모노레일 정거장 같은 분위기를 풍겨준다. (물론 시범케이스로 설치된 광고가 현대 W 카드이고, 미적으로도 앤디워홀 식으로 신경 좀 쓴 광고라서 효과는 더더욱 상승) 저 스크린도어 안쪽으로 신형 2호선 차량이 미끄러져 들어온다면. 오 베이베~ ;;


NIKON | E3700 | 2/100sec | f4.1 | 12.4mm

멋지지 않은가! (사진제공 - 펭귄대왕님)



스크린도어에 대한 뉴스를 읽었던 기억으로는, 사당역에 설치된 스크린도어는 설치비용이 대략 24억 정도였고 몇 년간의 독점광고권을 주는 식으로 민자유치를 해서 지었다고 알고 있다. 일단 사람이 많아 광고효과가 좋은 환승역 위주로 설치될 예정이라고 하는데(아무래도 이런 곳이 사고의 위험도 더 많으니까), 내가 다니면서 확인할 수 있는 곳은 현재 선릉역이 공사완료이지만 가동은 아직이며, 삼성역 강남역 교대역이 설치준비 중인 듯 하다.

서울지하철공사에 속하는 1~4호선은 2009년까지 모든 역에 스크린도어를 설치 완료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아무래도 유동인구가 적은 성내역 같은 곳에서는 스크린도어 광고가 '박찬호 감자탕'이라든지 '미주예식홀' 같은 거가 아닐까 싶어서 심히 걱정스럽다. -_-;; 부자 동네에서는 돈많은 사람이 스크린도어 지어놓고는 '자기야 사랑해' 따위 광고나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우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