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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한국 vs 미국 - 한국야구, 우린 멈추지 않는다!
Archive (~2007) /스포츠,게임리그
2006/03/15 11:44
우린 멈추지 않는다! 5전 전승!
야구선수의 5-tools라면 컨택, 파워, 주력, 어깨, 수비가 있겠다. 그렇다면 야구팀의 5-tools는 무엇일까? 작전, 투수력, 공격력, 수비력, 그리고 정신력. 어제 미국과의 경기는 다른 네가지 요소 또한 미국보다 모두 앞서있었지만, 우리나라팀은 이 다섯 번째의 요소인 정신력과 팀워크로 미국을 압도해버렸다. 사실 야구는 다른 어떤 팀스포츠보다도 개인 대 개인의 양상을 보이는 스포츠이지만, 승리는 결국 팀워크가 중요한 요소를 차지하는 묘한 스포츠인 것 같다.
야구경기에서 쉽사리 돋보이지 않는 수비력이 이번 대회 내내 빛나고 있는 것도 그야말로 감동 모드이다. 사실 5전 전승은 일본전 4회 2사 만루 상황에서 나왔던 이진영의 다이빙캣치에서 시작되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 때 2:0으로 팽팽하던 균형의 추가 무너져버려 일본에게 크게 패했다면 2라운드에 와서도 팀분위기가 이렇게 활발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멕시코전과 미국전에서도 계속된 2루수-유격수 키스톤콤비들의 환상적인 수비들은 지구상의 그 어떤 콤비들의 플레이보다 화려했다. 공이 가는 곳에는 이미 그들이 있었다.
수비 외에 특히나 기억에 남는 감동들은 거의 입신의 경지에 다다른 듯한 김인식 감독님과 코칭 스태프의 절묘한 선수 운영과 작전들. 그 적은 연봉을 받는 국내파 투수들이 그 심판 제멋대로인 스트라이크존 안에 공을 꽂아넣으며 메이저리거들을 농락한 장면. 언제나처럼 관록의 피칭을 보여줘 뉴욕메츠가 그를 한화로 보낸 걸 땅을 치고 후회하게 만들었을 구대성. 처음 상대하는 투수의 초구조차 홈런으로 연결시켜버리던, 결국 메이저리거들에게 경원사구를 받아낸 크레이지 모드의 이승엽. 그리고 누가 뭐래도 믿음의 야구에 믿음의 3점 홈런으로 보답한 이 사람.
2002년 축구월드컵에서 우리나라가 4강까지 올라가는 놀라운 기염을 토했을 때에도 그 가치를 평가절하하는 사람들이 있더니, 이번 WBC에선 적진 한가운데에서 상대방에게 유리한 편파판정 속에서 야구종주국 미국을 꺾었는데도 그 승리의 가치를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2라운드에 올라온 8개 국가대표팀이 페넌트레이스 162게임을 하면 우리가 꼴찌일 거라느니, 미국과 일본은 베스트멤버가 아니라느니...
물론 장기전으로 가면 선수층이 얇은 우리나라가 불리한 건 어느 정도 사실일 것이지만, 이 대회는 1년 내내 하는 대회가 아니라 단판 조별리그전의 형식으로 만들어진 대회다. 그렇다면 그 단기전이라는 형식 내에서 최대한의 준비를 갖추고 나와 이겨버리는 팀이 최고인 거다. 그런 식으로 따지자면 축구도 월드컵 본선리그를 4년에 한 달 딸랑 해서 어쩌자구? 날이면 날마다 전세계 리그전을 해야지. 그리고 상대팀 선수층이 베스트멤버가 아니라는 건 그야말로 어불성설. 연령제한이나 프로선수 출전제한 등이 없는 국가대항전 선수권대회에서, 베스트멤버를 동원하느냐 못하느냐 자체가 이미 그 나라의 경기력이다. 우리나라 팀에 얼마 안되는 해외파들이 전원총출동할 정도라면 그게 우리나라 팀의 실력인 거고, 일본팀에 메이저리거가 두 명 밖에 들어오지 못했다면 그게 일본의 실력인 거다. 그리고 어제 상대해서 두들겨부순 미국팀은 전원 메이저리거였고, 어느 정도 메이저리그를 보는 사람들이라면 이미 충분히 덜덜덜 모드로 들어갈 수 밖에 없는 팀이었다.
사실 메이저리그가 부러운 건 그네들의 실력보다도, 야구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환경적인 요소들이다. 좋은 구장과 넓은 선수층, 언제나 꽉꽉 들어차는 관중들. 그리고 개인적으로 가장 부러워하는 건 경력과 자금력 등에서 어쩔 수 없이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는 TV 중계 실력이다. 어제 경기에서도 현지중계진의 카메라 잡는 센스는 거의 예술이었다. 얘네들은 미국인들일텐데도 심판이 미국에게 유리한 판정을 해줄 때 조차, 절대로 시청자 입장에 서서 화면을 잡는다. 시청자들이 의심스러워 할만한 내용이면 그에 걸맞는 카메라워크로서 시청자들의 의견을 대변해준다. 전날 미국-일본전에서의 명백한 오심이었던 언더베이스 장면을 한국-미국 전에서도 여러번 보여준 것부터... 한국 투수들이 던진 꽉찬 스트라이크에 심판 땡기는 대로 볼 판정을 줄 때마다 김인식 감독님을 클로즈업하는 것도 그렇고. 아 정말 어제 스트라이크존은 해도해도 너무한다 싶을 정도였는데. 오죽하면 9회초에 감독님이 두 손으로 좁은 원을 그리며 "홈런 맞아도 상관없으니까 한가운데 꽂아넣어"라고 말하는 듯한 사인을 상대편 보든 말든 대놓고 보냈겠냐고. 물론 TV카메라는 이걸 놓치지 않고 보여줬고. 그리고 아예 자조섞인 블랙유머도 보여줬는데, 아래 사진이 정말 어제 경기에서 중계진이 보여준 최고 센스다.
방금 일본이 멕시코를 6:1로 이겼으니... 개인적인 바램으로는 우리나라는 당연히 일본을 한 번 더 이기고(하지만 현재 일본은 1라운드에서 우리나라에게 패하고 미국에게 편파판정으로 진 탓에 눈에 불이 붙은 상태라서 상대하기가 무척 까다로울 듯), 미국이 멕시코에게 져 버려서 미국 일본 멕시코 하위 세 팀(하! 하! 하!)이 1승2패로 동률을 이룬 뒤 실점을 따져서 일본과 함께 4강으로 올라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멕시코는 사실상 탈락 확정이라고...) 사실 미국은 이미 그 말도 안되는 오심이 없어서 일본에게 졌다면 탈락 확정이었을 텐데. 어쨌든 심판 판정에나 의지하고 입방정이나 떨면서 거드름이나 부리려는 녀석들은 챙피 좀 많이 당해봐야 정신을 차린다. 어제 우리나라와의 경기에서도 풀카운트 상황에 꽉찬 스트라이크만 들어오면 당연히 볼넷 잡아줄 걸로 굳게 믿고 걸어나가려고 하드만. -_-;;
그리고 SBS. 황선홍을 풀타임 출전시킨 건 잊지 않으마. 2002년 때에도 송재익 신문선 콤비 때문에 SBS는 절대 안 봤는데, 올해엔 WBC에서의 광고 때문에 벌써부터 찍혔다. 어제 경기 내내 모든 공수교체, 투수교체 때마다 거의 한 번도 빠지지 않고 황선홍이 나왔으니 세 시간 반 동안 스무 번은 족히 넘게 본 셈. 님하 매너염.